
KERCHU · ALBUM & LYRICS
DRINKING DRIMKING
커츄 KERCHU · 10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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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과 가사
01여덟 번째 문을 열면
일곱 개의 문을 세며 발끝을 맞춰 낡은 복도 끝에 약속을 걸어 둬 여섯 번째 종이 울리고 숨을 고르면 일곱 번째 손잡이가 차갑게 빛나 이번엔 끝일 거야 이번엔 돌아서지 않아 여덟 번째 문을 열면 처음의 바닥이 또 발밑에 와 같은 얼굴, 다른 눈빛 같은 하루, 조금 늦은 비 여덟 번째 문을 열면 끝은 다시 시작으로 흘러가 몇 번째인지 잊어도 나는 또 손잡이를 잡아 빵집 앞의 여자는 컵을 하나 덜 놓고 버스는 지난번보다 두 박자 늦게 와 소년은 파란 구슬을 주머니에 감추고 나는 그 장면을 알아보려 애써 웃어 누군가는 이름을 바꾸고 누군가는 문을 닫지 않아 여덟 번째 문을 열면 처음의 바닥이 또 발밑에 와 같은 얼굴, 다른 눈빛 같은 하루, 조금 늦은 비 여덟 번째 문을 열면 끝은 다시 시작으로 흘러가 몇 번째인지 잊어도 나는 또 손잡이를 잡아 문은 일곱 개가 아니었어 여덟은 숫자가 아니라 돌아오는 방향이었어 끝을 찾는 발걸음마다 길은 둥글게 나를 품고 내가 나를 지나쳐 가 여덟 번째 문을 열면 처음의 공기가 입술에 닿아 같은 사람, 다른 침묵 같은 사건, 작은 균열 하나 여덟 번째 문을 열면 세계는 더 넓게 안으로 흘러가 이번이 몇 번째인지 기억조차 문 너머로 사라져 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어 처음의 장소 또 다른 작은 차이 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어 이번이 몇 번째인지 이제는 알 수 없어
02넣고 꺼내
책의 문장, 설계의 선 기억의 조각, 카드 한 장 받을 준비됐나 넣는다 읽고 외우는 긴 밤을 건너 한 장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정답만 아냐, 손의 순서까지 어떻게 쓰는지 함께 들어가 무엇인지, 어떻게 할지 경험의 결도 차곡차곡 저장된 감각을 꺼내 봐 준비됐으면 신호를 줘 넣고 꺼내, 넣고 꺼내 지식과 기술을 바로 설치해 넣고 꺼내, 기억을 담아 다른 날의 나에게 다시 전해 넣고 꺼내, 카드에 담아 능력과 특성도 가져와 넣고 꺼내, 하지만 기억해 이해는 네가 해야 해 어제의 경험을 데이터로 묶고 다른 몸, 다른 때에 다시 불러 뇌만이 아니라 시스템에도 새 기능을 얹어 업데이트해 정보가 왔다고 끝난 건 아냐 머릿속 서랍에 쌓일 뿐이야 뜻을 모르면 길을 잃어 써 보고 익혀야 네 것이 돼 넣고 꺼내, 넣고 꺼내 지식과 기술을 바로 설치해 넣고 꺼내, 기억을 담아 다른 날의 나에게 다시 전해 넣고 꺼내, 카드에 담아 능력과 특성도 가져와 넣고 꺼내, 하지만 기억해 이해는 네가 해야 해 설명서 한 권이 손이 되진 않아 저장된 답이 판단은 아니야 받아 든 정보에 질문을 더해 네가 움직일 때 비로소 살아 넣고 꺼내, 넣고 꺼내 지식과 기술을 바로 설치해 넣고 꺼내, 경험을 담아 기억의 복사본 다시 불러와 넣고 꺼내, 시스템에도 새로운 기능을 더해 가 넣고 꺼내, 하지만 기억해 이해하고 써야 네 것이 돼 정보는 들어와 이해는 네 몫 넣고 꺼내 이제 네가 써
03상상 고양이
냥이 한쪽 눈을 감았어 눈을 빼앗겼다고 했어 사람들은 냥을 걱정했고 냥의 이야기를 믿어줬어 이번에는 다리를 접었어 다리를 잃었다고 했어 사람들은 다시 걱정했고 냥의 이야기를 믿어줬어 상상 고양이 이야기를 만들고 자기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상상 고양이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믿어 냥은 고양이들을 모았어 고양이 왕국을 만들었어 상상 속에 만든 왕국에 고양이들이 살고 있었어 냥에게는 상상력이 있고 냥에게는 창조력이 있어 상상한 고양이 왕국에 사람들이 들어갔어 상상 고양이 이야기를 만들고 자기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상상 고양이 왕국을 만들고 그 왕국이 실제로 있어 냥은 맛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바닐라를 만들어 놓았어 여러 식물도 만들어 놓았어 왕국 안에서 실제로 자랐어 고양이들은 먹지 않았어 향이 너무 강했어 사람들은 왕국에 들어가 바닐라를 가져왔어 상상 고양이 이야기를 만들고 자기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상상 고양이 왕국을 만들고 그 왕국이 실제로 있어 상상 고양이 이야기를 만들고 자기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상상 고양이 왕국을 만들고 그 왕국이 실제로 있어 상상력 창조력 고양이 왕국 고양이들이 살고 있어 상상한 바닐라 실제로 자라고 있어 냥이 만든 이야기 냥이 만든 세계관 고양이 왕국 실제로 있어
04판타지아
유리 수조 속 고래가 대본을 넘겨 자주색 플라밍고가 감독석에 앉아 샹들리에가 세 번쯤 고개를 흔들면 첫 번째 꿈이 천천히 불을 켜 회전극장 천장이 꽃처럼 펼쳐지고 찻잔 깊숙이 작은 밀림이 자라 액자 속 신사가 프레임 밖으로 나오자 분홍 악어가 먼저 손을 내밀어 피아노 건반마다 색종이가 피어나고 마네킹 넷이 서로 얼굴을 바꿔 써 유리 구슬 안에 놀이공원을 띄우면 관람차 꼭대기서 낙타가 춤을 춰 조금 더 화려하게 조금 더 재밌게 깨고 나서 생각나게 마지막 장면까지 꿈을 만들어 꿈을 만들어 판타지아가 제일 잘 만들어 일어났는데 피식 웃었다면 그건 판타지아가 만든 거야 꿈을 만들어 꿈을 만들어 재밌는 건 제일 잘 만들어 웃기고 화려하고 완벽한 꿈은 판타지아가 제일 잘 만들어 도서관 책들이 표지를 갈아입고 사전 속 글자들이 무도회를 열어 잉크병 안쪽 작은 오케스트라는 종이배 백 척에게 행진곡을 연주해 체스판 중앙에는 호텔이 생겨나고 객실마다 서로 다른 중력이 걸려 초콜릿 분수가 천장을 향해 솟으면 은색 포크들이 공중에서 발레를 해 구성도 완벽하게 타이밍도 정확하게 웃어야 할 그 순간까지 판타지아가 골라 놔 꿈을 만들어 꿈을 만들어 판타지아가 제일 잘 만들어 일어났는데 피식 웃었다면 그건 판타지아가 만든 거야 꿈을 만들어 꿈을 만들어 재밌는 건 제일 잘 만들어 웃기고 화려하고 완벽한 꿈은 판타지아가 제일 잘 만들어 천문대 렌즈 속에 수영장을 만들고 수영복 입은 유령들을 뛰어들게 해 오렌지색 빙산 위 작은 극장에서는 선인장 배우가 혼자 독백을 시작해 우체통 안쪽에는 공룡 병원을 세우고 해파리 손님에게 진료표를 건네 비눗방울 안쪽에 도시 하나 띄웠더니 문어 화가가 하늘 전체를 칠해 놔 재미는 누가 일등 판타지아 연출은 누가 일등 판타지아 완성도는 누가 일등 판타지아 그럼 괴상함은 마이샹타이츄 그건 못 이겨 못 이겨 따라 해 봤어 포기했어 꿈을 만들어 꿈을 만들어 판타지아가 제일 잘 만들어 일어났는데 피식 웃었다면 그건 판타지아가 만든 거야 꿈을 만들어 꿈을 만들어 재밌는 건 제일 잘 만들어 웃기고 화려하고 완벽한 꿈은 판타지아가 제일 잘 만들어 근데 괴상함 괴상함은 아무리 해도 못 따라가 재미라면 판타지아가 일등 괴상함은 마이샹타이츄 꿈을 만들어 꿈을 만들어 판타지아가 계속 만들어 눈을 뜬 뒤에도 웃고 있다면 이번 꿈도 제대로 만든 거야 재미 점수 판타지아 연출 점수 판타지아 완성도 판타지아 괴상함 마이샹타이츄 그건 인정 다음 꿈 만들자
05마이샹타이츄
아침 여섯 시 알람은 아직 어제인데 눈 떠 보니 점심이 먼저 와 있었어 양말 한 짝한테 오늘 날씨를 물으니 비는 안 오는데 우산은 배고프대 냉장고 문 열고 계단을 내려가면 우유 파는 편의점이 바로 보여 계란 두 개 집고 계산하려는데 달이 먼저 와서 내 카드로 긁었어 목요일이 아직 하나 남았으니까 조금 늦어도 괜찮아 버스는 아직 잠이 덜 깼으니까 오늘은 걸어서 바다를 건너가 나는 마이샹타이츄 마이샹타이츄 오늘도 잘 지내고 있어 잘 지내고 있어 버스를 타고 바다를 건너 바다를 건너 구름 위로 출근을 해 구름 위로 출근해 점심은 벌써 내일 먹었어 내일 먹었어 숟가락 끝에 해가 걸려서 해가 걸려서 국물에 넣고 잠깐 식혀 둬 잠깐 식혀 둬 밥은 아까 먹었나 내일 먹었나 몰라 몰라 그릇이 비었으니 먹었겠지 비었으니 먹었겠지 점심 먹고 시루시에 잠깐 들렀어 동쪽 문이 자꾸 서쪽으로 열리길래 문고리를 반 바퀴 돌려 달래 놓고 담벼락에 기대서 구름부터 셌어 오늘은 별일 없냐고 두 개 있었어 뭔데 하나는 갔고 다른 하나는 아직 오는 중 성벽 위에 올라 해가 너무 낮길래 손으로 살짝 밀어 산 너머에 걸어 두고 길 잃은 바람 하나 성문까지 데려다준 뒤 수호신 출석부에 표시 하나 했어 북쪽은 아침에 봤고 남쪽은 저녁에 보면 돼 서쪽은 어제 잠가 뒀으니까 동쪽만 한 번 돌고 가자 나는 마이샹타이츄 마이샹타이츄 오늘도 시루시를 지키고 있어 지키고 있어 성벽 위에 달을 걸어 두고 달을 걸어 두고 새벽이 오면 다시 내려놔 다시 내려놔 순찰 끝나면 밥 먹으러 가 밥 먹으러 가 문밖에서 밤이 기다리면 밤이 기다리면 조금 있다 오라고 말해 둬 말해 둬 오늘도 다 지켰나 아마 뭐 빠진 거 없어 있으면 내일 찾지 순찰 끝내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열세 층이 없어서 열네 층을 눌렀어 문을 여니까 지하 옥상 한가운데 햇빛이 자판기 앞에 줄을 서 있네 뭐 마실 거야 그늘 그건 품절이야 그럼 저녁 저녁은 뜨거워 괜찮아 얼음 넣지 뭐 옆에서는 고양이가 면접을 보고 있고 면접관은 어제 먹다 남은 소파였어 경력 있냐 물어서 삼 년 뒤를 보여주니 월요일부터 태어나기 전까지 나오래 조금 일찍 가면 되지 늦으면 앞에 두고 가고 퇴근할 때 다시 주워 오면 내일 아침에 또 쓸 수 있겠지 나는 마이샹타이츄 마이샹타이츄 오늘도 바쁘게 쉬고 있어 쉬고 있어 점심시간엔 별을 볶아서 별을 볶아서 달걀처럼 밥 위에 올려 밥 위에 올려 시루시 주소는 외우고 있어 외우고 있어 길을 잃으면 성문을 찾고 성문을 찾고 성문이 없으면 내가 세우면 돼 내가 세우면 돼 월급 들어왔대 어디로 주머니로 내일 입을 바지로 저녁에는 시루시 서문을 다시 돌았어 아까 없던 계단이 성벽 밖에 자라서 몇 층까지 가냐고 계단한테 물어보니 아직 생각 중이라며 한 칸 더 생겼어 성 밖에서 검은 비가 줄을 서길래 한 명씩 들어오라고 번호표를 나눠 주고 세 번째 번개가 자기 차례 아니냐 묻길래 오늘은 천둥부터라고 뒤로 돌려보냈어 지키는 건 어렵냐고 글쎄 무서울 때도 있지 배고플 때는 더 그렇고 그럼 밥 먹어야지 그래서 지금 가는 중 시루시 불빛이 하나둘 잠들고 마지막 창문까지 이불을 덮어 준 다음 성벽 끝에 걸터앉아 발을 흔들다 아침 하나 주머니에 넣었어 내일 몇 시야 세 시 반 오전 아니 어제 그럼 늦었네 아직 안 왔어 기다려야 돼 아니 먼저 가 어디로 여기 여긴 지금 있잖아 그러니까 금방 도착하겠네 아 그렇네 시루시는 괜찮아 응 어떻게 알아 내가 여기 있잖아 나는 마이샹타이츄 마이샹타이츄 오늘도 시루시를 지키고 있어 지키고 있어 해가 방향을 바꾸고 방향을 바꾸고 성문이 잠깐 졸긴 했지만 졸긴 했지만 오늘도 별일 없이 살았어 별일 없이 살았어 밖에 나가면 안이 나오고 안이 나오고 문을 닫으면 길이 열려 길이 열려 성벽 너머 밤을 바라보다가 밤을 바라보다가 별 하나가 가까이 오면 가까이 오면 손으로 밀어 제자리에 놔 제자리에 놔 어제 말라 있던 화분이 와서 내일 물 좀 빌려 달라고 했어 그래 알았어 몇 시에 줄까 어제 세 시 그때 시루시에 있어 응 순찰 끝나고 줄게 불을 끄고 눈을 뜨고 이불을 덮고 밖으로 나가 버스가 골목 끝에서 조용히 하품을 하고 시루시 성벽 위에서는 달이 근무 중이고 나는 침대에 누워 오늘 영수증을 정리해 계란 두 개 별빛 반 봉지 우유 하나 목요일 하나 성문 세 개 아침 하나 동쪽 문 한 번 더 봐야 하는데 내일의 내가 보고 있겠지 그럼 됐네 잘 자 나는 순찰 갈게
06나 홀로 독식
커다란 연구소 꺼지지 않는 불빛 만들면 만들수록 세상은 먼저 가져갔어 물건 하나 나올 때마다 세상이 먼저 손을 내밀어 골드바는 층층이 쌓이고 타워는 자꾸 높아졌어 닮은 물건이 따라오고 설계도 밖으로 흘러가 한 번 두 번 참아 보다가 마지막엔 문을 잠갔어 다 가지고 있는데 하나가 없어 내일을 먼저 보는 눈 그것만 있으면 돼 나 홀로 독식 전부 내 안에 모아 나 홀로 독식 아무도 못 가져가 지식도 마법도 문 뒤에 숨겨 두고 마지막 하나까지 내 것이면 돼 행성 위에 연기를 깔아 찾아온 사람을 잠들게 해 죽이지도 보내지도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세웠어 세상을 편하게 하던 발명 이제는 성벽이 되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혼자만의 밤을 만들었어 다 가지고 있는데 하나가 없어 앞으로 오는 한순간 그것만 잡으면 돼 나 홀로 독식 전부 내 안에 모아 나 홀로 독식 아무도 못 가져가 지식도 마법도 문 뒤에 숨겨 두고 마지막 하나까지 가져야 안심이 돼 하나만 하나만 하나만 남았어 하나만 하나만 하나만 남았어 그런데 마지막 그 눈은 끝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어 먼저 본 사람은 싸움 대신 잠든 사람들을 깨웠어 연기가 걷힌 광장 위로 닫힌 문이 하나씩 열리고 오래 혼자였던 여왕은 처음으로 밖을 바라봤어 나 홀로 독식 혼자 안고 있던 것들 나 홀로 독식 혼자 지키던 그곳 성 밖의 사람들과 같은 땅을 밟으면서 마지막 빈자리에는 사람들이 들어와 밥 먹고 가겠냐고 먼저 물어봤어 빠진 앞니 하나는 그대로 두었어 신발을 벗고 흙을 밟고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갔어
07누구 구름인데
달을 가져갔더니 낮은 백 도 밤은 영하 백 도 바람은 초속 백 미터 사람들은 지하로 내려갔어 그런데 구름 위는 괜찮아 온도도 기압도 그대로야 그래서 사람들이 올라가려는데 먼저 사는 사람들이 있었어 언제부터 살았어 달 없어지기 전부터 여긴 우리 구름인데 여긴 대한민국 영공인데 누구 구름인데 우리가 먼저 살았는데 누구 구름인데 나라 하늘이라는데 누구 구름인데 우리가 먼저 살았는데 누구 구름인데 허가는 받은 적 없는데 구름은 그대로 떠 있고 서로 자기 거라고 해 구름인들은 구름을 붙잡았어 없어지면 다시 내려가야 하니까 온도와 기압을 맞춰 놓았고 그래서 지금 여기만 살 만해 정부는 스카이 시티를 짓겠대 구름인은 여기 살고 있대 사십팔 시간 안에 나가 싫어 우리가 먼저 왔어 허가는 받았어 아니 그럼 불법 구조물이야 그래도 우리 집이야 누구 구름인데 우리가 먼저 살았는데 누구 구름인데 나라 하늘이라는데 누구 구름인데 우리가 먼저 살았는데 누구 구름인데 허가는 받은 적 없는데 나가라고 했고 안 나간다고 했어 누구 구름인데 우리가 먼저 살았는데 누구 구름인데 나라 하늘이라는데 구름을 붙잡은 건 우리야 스카이 시티를 짓는 건 나라야 여기서 살던 것도 우리야 허가받은 적은 없어 누구 구름인데 우리가 먼저 살았는데 누구 구름인데 나라 하늘이라는데 사십팔 시간 아직 여기 있어 구름은 떠 있고 사람도 떠 있어 여긴 우리 집이야 여긴 국가 영공이야 누구 구름인데 누구 구름인데
08행성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여자
윤은 또 행성 바닥에 몸을 붙이고 누웠어 피곤하다면서 흙 위에 그대로 드러누웠어 윤슬과 윤서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행성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 정말 땅에서 뭔가 올라오는지 궁금해져서 둘도 윤의 옆에 몸을 붙이고 누워 봤어 한 사람씩 행성 바닥에 나란히 붙어 있으니 땅에서 기운을 받아가는 모습처럼 보였어 행성의 기운을 빨아들여들여 온몸을 바닥에 붙여 받아들여 계속 우주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땅에서 필요한 기운을 빨아들여 행성의 기운을 빨아들여들여 등부터 다리까지 땅에 붙여붙여 계속 우주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오늘은 행성의 기운을 받아들여 사람은 원래 땅을 밟으면서 살아가야 하고 땅이 사람에게 전해주는 기운도 따로 있었어 그런데 계속 우주에서 생활하며 떠 있다 보니 사람에게 필요한 땅의 기운이 부족해지고 있었어 그래서 우주에서도 밟을 흙을 따로 가져왔어 가져온 흙을 바닥에 놓고 다시 땅을 만들었어 발만 잠깐 대는 대신 온몸을 그 위에 붙이고 윤은 행성 바닥에 누워 땅의 기운을 받고 있었어 행성의 기운을 빨아들여들여 온몸을 바닥에 붙여 받아들여 계속 우주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땅에서 필요한 기운을 빨아들여 행성의 기운을 빨아들여들여 윤슬과 윤서도 옆에 붙어붙어 행성에서 뭔가 올라오는 것처럼 나란히 바닥의 기운을 받아들여 행성의 기운을 빨아들여들여 땅의 기운을 받아들여들여 우주에서 살아가려면 땅이 필요해 가져온 흙 위에 몸을 붙여붙여 행성의 기운을 빨아들여들여 땅의 기운을 받아들여들여 계속 우주에서 살아가기 위해 행성 바닥에 몸을 붙여붙여
09홀리홀리
홀리홀리 홀리홀리 홀리홀리 꽃 향기만 스쳐 가네 아침에 맡은 향기 하나에 괜히 웃어 복도 끝을 걷다 발끝이 자꾸 들떠 누가 불러도 대답이 늦어지고 내 발걸음만 먼저 문밖으로 나가 내 안에 남은 건 달큰한 공기뿐 누가 내 마음을 먼저 데려갔나 홀리홀리 홀리홀리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멀리 홀리홀리 홀리홀리 누가 이 설렘의 문을 열었나 홀리홀리 홀리홀리 향이 짙을수록 더 가벼워지는 나 홀리홀리 홀리홀리 내 이름으로도 설명이 안 돼 홀리홀리 꽃 향기 좁은 방을 채워 눈을 뜬 채로도 기분이 자꾸 풀려 한쪽 손은 내 게 맞는데 다른 한쪽은 꽃 쪽으로 먼저 가 꽃은 그냥 꽃인데 이상하게 끌려 한밤중 공기 속에 마음이 먼저 들떠 가 홀리홀리 홀리홀리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멀리 홀리홀리 홀리홀리 누가 이 설렘의 문을 열었나 홀리홀리 홀리홀리 향이 짙을수록 더 가벼워지는 나 홀리홀리 홀리홀리 내 이름으로도 설명이 안 돼 마음과 몸이 살짝 어긋난 거리 한 번 스치고 나면 자꾸 돌아봐 빈 방에 남아 있는 작은 떨림 꽃잎 같은 향만 방 안에 맴돌아 홀리홀리 홀리홀리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멀리 홀리홀리 홀리홀리 이번엔 누가 누구를 데려갔나 홀리홀리 홀리홀리 향에서 멀어져야 더 또렷이 보여 홀리홀리 홀리홀리 이 떨림의 문을 열어젖혀 홀리홀리 홀리홀리 마음은 돌아와 홀리홀리 홀리홀리 이제 끝내자
10불 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
가끔 내 몸에서 햇빛 냄새가 난대 빨래를 오래 말린 날처럼 난대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길래 햇빛을 충전해서 그렇다고 했어 매일 하는 일이야 씻고 자고 밥을 먹듯 윤타워 제일 높은 곳 혼자 올라가 몸을 말려 뜨거워도 괜찮아 나는 잘 타지도 않아 햇빛 아래 누워 있으면 몸이 조금 부드러워져 몰래 다녀온 건 맞는데 시간을 멈춘 건 아니야 갔다 왔는데 시간이 흐르지 않은 거야 그게 뭐가 다르냐고 자꾸 물어보지 마 지금도 같은 밤이잖아 햇빛 충전 햇빛 충전 밤인데 태양 아래 몸을 말려 햇빛 충전 햇빛 충전 다녀와도 시간은 그대로 불 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 태양빛으로 대신 채워 눈을 감으면 몸에 남아 풀 냄새 나무 냄새 햇빛 냄새 밤인데 태양 태양인데 밤 시간은 안 갔고 나는 다시 충전 우주에는 원래 낮이 없다며 여긴 항상 밤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햇빛이 필요하다니까 지구의 태양을 여기로 가져왔어 창문을 열듯 길을 연결하고 웜링크 너머 빛을 끌어와 어두운 우주 한가운데 지구에서 보던 햇빛이 내려와 윤슬도 옆에 눕고 윤서도 충전하러 와 셋이 나란히 햇빛 아래 악마 셋이 몸을 말려 바람도 있으면 좋겠어 비까지 내리면 좋겠어 햇빛이 있는데 비가 와도 뭐가 이상한지는 모르겠어 여기는 계속 밤인데 태양은 계속 떠 있고 시간은 흐르지 않는데 우리는 계속 충전해 밤이 끝난 건 아니야 낮이 시작된 것도 아니야 그냥 햇빛이 있는 거야 햇빛 충전 햇빛 충전 밤인데 태양 아래 몸을 말려 햇빛 충전 햇빛 충전 다녀와도 시간은 그대로 불 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 태양빛으로 대신 채워 눈을 감으면 몸에 남아 풀 냄새 나무 냄새 햇빛 냄새 밤인데 태양 태양인데 밤 시간은 안 갔고 나는 다시 충전 충전 충전 아직 밤이야 충전 충전 아직 그대로야 충전 충전 다녀왔는데 아무 시간도 지나지 않았어 윤이 오늘도 충전하러 가자고 해 이제는 굳이 설명할 것도 없어 뜨거운 햇빛 아래 그냥 누워 조금 있다 보면 잠이 들어 악마라서 그런가 봐 햇빛이 없으면 힘들어 불 속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그 대신 태양을 쬐면 돼 충전하고 돌아오면 몸에 이상한 냄새가 남아 햇빛 쨍한 숲속 냄새 풀과 나무와 솔잎 냄새 이슬 같은 냄새도 나고 차가운 빙하 같은 것도 나 불에서 태어난 것 같은데 왜 냄새는 숲처럼 나는지 몰라 볼을 비비는 것도 충전 손을 잡는 것도 충전 땅에 누워 있는 것도 충전 같이 있어야 되는 충전 몸을 채우고 마음을 채우고 행복을 채우고 다시 비워지고 다시 태양 다시 꼭대기 다시 같은 밤 다시 같은 시간 멈춘 게 아니야 흐르지 않은 거야 사라진 게 아니야 다녀온 거야 밤이 아닌 게 아니야 태양이 있는 거야 햇빛 충전 햇빛 충전 밤인데 태양 아래 몸을 말려 햇빛 충전 햇빛 충전 다녀와도 시간은 그대로 우주에 낮은 없다면서 우리는 빛을 끌어와 어둠 한가운데 누워서 햇빛 냄새를 몸에 남겨 햇빛 충전 햇빛 충전 오늘도 시간이 안 흘러 햇빛 충전 햇빛 충전 그러니까 한 번 더 하면 돼 밤인데 태양 태양인데 밤 다녀왔는데 아직 같은 밤 밤인데 태양 태양인데 밤 시간은 안 갔고 나는 다시 충전 윤타워 꼭대기 눈을 감고 몸을 말리고 잠이 들고 다녀오면 시간은 그대로 몸에 남은 햇빛 냄새 다시 올라가 다시 누워 같은 태양 같은 밤 햇빛 충전 햇빛 충전 아직 시간이 안 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