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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IVERSUS 앨범 커버
KERCHU · ALBUM & LYRICS

YOONIVERSUS

커츄 KERCHU · 10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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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과 가사

01오메가 힉스 353
반물질 백 그램
칠백 경의 가격
대신 내민 물질 하나
오메가 힉스 삼오삼

반물질보다 희귀해
가치는 천 배 이상
살 사람도 팔 사람도
찾기 어려운 물질

삼오삼은 발견 구역
보유량은 충분해
쓸 만한 기능은 없어
그래서 거래가 끝나

오메가 힉스
삼오삼
칠십 해
삼오삼

한 개씩 나눠 들고
필요한 것을 구매해
희귀한 물질 하나가
결제 수단이 돼

검색어 위로 올라
정체가 공개돼
반물질 백 킬로그램
그 가치와 같아

힉스 입자와 질량
작은 곳에 모인 힘
우주 하나를 만들 만큼
에너지가 있을 거란 추정

기능이 작동한다면
범위는 알 수 없어
주변의 무언가가
빨려 들어갈지도 몰라

오메가 힉스
삼오삼
칠십 해
삼오삼

처음 건넨 물질은
다시 돌아왔고
바꿔 간 반물질은
돌려주지 않아도 돼
02네가 먼저 선을 넘은 순간
유리잔 가장자릴 천천히 돌려
저편의 작은 점을 세어
입술 끝에 걸린 숨 하나
아직은 밖으로 보내지 않아

문턱을 지키는 버릇처럼
하루를 접고 또 펼쳐 봐
내 쪽에선 먼저 건드리지 않아
그쪽의 신호만 기다렸어

오래전에 닫힌 문 뒤에도
나는 같은 자리에 남아
먼 데서 흔들린 한 줄기
이번엔 분명 달라 보여

손끝에서 유리잔이 멎고
심장은 먼저 답을 알아
저편의 점이 궤도를 바꿔
마침내 움직여—Now i know

네가 먼저 선을 넘은 순간
가슴이 문을 박차고 나와
오래 묶어 둔 숨이 한꺼번에
내 안을 달려, I'm wide awake

여긴 두고 가, 불빛은 지켜
사람들 사는 길은 전장이 아냐
이 떨림을 바깥으로 데려가
오늘의 싸움은 내가 안고 가

잠든 창문들 지나 혼자 나와
집으로 번질 일을 잘라 내
돌아올 길은 등 뒤에 묻고
먼 곳에 마주할 땅을 골라

아센시아, 끝에 선 경계
그 너머엔 다음 칸이 없어
저편에 오천, 이쪽도 오천
서로의 줄이 천천히 당겨져

한 걸음마다 틈이 줄고
얼굴의 윤곽이 선명해져
먼저 다가온 저쪽의 대열
심장은 더 빠르게 대답해

네가 먼저 선을 넘은 순간
가슴이 문을 박차고 나와
오래 묶어 둔 숨이 한꺼번에
내 안을 달려, I'm wide awake

여긴 두고 가, 불빛은 지켜
사람들 사는 길은 전장이 아냐
이 떨림을 바깥으로 데려가
오늘의 싸움은 내가 안고 가

앞줄과 앞줄, 눈앞의 거리
마지막 몇 걸음이 접혀 들어
부딪힌 대열, 흔들린 발끝
빈틈을 찾아 다시 서 있어

여기서 물러나면 끝이라 해도
뒤쪽 삶으로 옮기진 않아
쓰러진 자리 딛고 일어나
눈앞의 선을 밀어 가

처음엔 낯선 온기였어
멀리서 건너온 작은 힘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마음
내 손 안에서 무게가 돼

혼자 건넌 길이라 믿었는데
이제 등을 받치는 이름들
무너진 발을 다시 세우고
한 칸 더 앞으로—Carry on

네가 먼저 선을 넘은 순간
가슴이 하늘 쪽으로 터져 나와
멀리서 온 힘까지 끌어안고
다시 앞으로, I'm wide awake

여긴 두고 가, 불빛은 지켜
사람들 사는 길은 전장이 아냐
아센시아의 맞선 두 대열 사이
끝나는 순간까지 밀고 나가

저편을 살피던 시간은 지나
두 발은 이제 앞을 향해
멀리 건너온 마음을 안고
한 걸음 더, 한 걸음 더
03Welcome To The Lexus
The lexus
Arrival line
Departure line
All routes meet at the lexus

도킹 라인 위로 번지는 green light
서로 다른 표식이 한 전광판에 겹쳐
일곱 번째 게이트엔 새 번호가 떠
먼 세계에서 온 배가 속도를 낮춰

관제 화면 가득 바뀌는 destination
통로 양쪽으로 이어지는 발걸음
한쪽은 막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
한쪽은 출발 시간에 맞춰 올라타

Red to green, gate open
새 항로가 연결돼
Arrival, departure
같은 정거장 위에

서로 다른 출발점
서로 다른 목적지
잠시 같은 통로를 지나
다시 각자의 길

At the lexus, all the routes align
수많은 세계가 한 전광판 안에
Arrival, departure, side by side
도킹 라인 따라 불빛이 번져

At the lexus, crossing every line
막 들어온 배와 곧 떠나갈 배
Same station, different destination
여기서 갈라져 다음 세계까지

Arrival
Departure
Gate number changing

Arrival
Departure
Route number changing

The lexus
The lexus

좌측 승강로엔 새 승객이 내려
우측 출발장은 탑승 표시가 켜져
처음 듣는 언어가 통로마다 섞여
같은 번호표를 들고 순서를 기다려

정박 끝난 우주선 천천히 밀려나
비어 있던 도킹 포트 다음 배가 채워
출발 시각 바뀌면 전광판도 바뀌고
정거장 안의 흐름은 계속 이어져

Red to green, gate open
새 항로가 연결돼
Arrival, departure
같은 정거장 위에

서로 다른 출발점
서로 다른 목적지
잠시 같은 통로를 지나
다시 각자의 길

At the lexus, all the routes align
수많은 세계가 한 전광판 안에
Arrival, departure, side by side
도킹 라인 따라 불빛이 번져

At the lexus, crossing every line
막 들어온 배와 곧 떠나갈 배
Same station, different destination
여기서 갈라져 다음 세계까지

Gate one
Docking complete
Gate two
Boarding now

Gate three
Cleared to leave
Next route
Ready to open

The lexus
The lexus

지금 들어오는 배
지금 빠져나가는 배
같은 관제 화면 위
서로 위치를 바꿔

닫힌 게이트 하나
열린 게이트 하나
다른 세계로 이어진
새 좌표가 표시돼

At the lexus, all the routes align
수많은 세계가 한 전광판 안에
Arrival, departure, side by side
도킹 라인 따라 불빛이 번져

At the lexus, crossing every line
막 들어온 배와 곧 떠나갈 배
Same station, different destination
여기서 갈라져 다음 세계까지

At the lexus, every gate alive
정박한 우주선이 자리를 비우면
Another ship is coming right behind
새 번호가 뜨고 다시 도킹 시작

At the lexus
Arrival, departure
At the lexus
Next destination

Arrival line
Departure line
Gate number changing
Route number changing

The lexus
The lexus
04테트리스 칼리지마
커다란 네모가 떨어져
바닥에 닿기 전

왼쪽
오른쪽

남은 칸부터 확인해

그대로 놓으면
두 칸이 막혀

한 번 틀면
올라설 칸이 생겨

손부터 움직여
옆으로 밀어

끝에 닿기 전에
자리를 잡아

반 칸 비어
그 옆은 막혀

긴 막대 하나
바로 내려와

가로로 두면
입구가 닫혀

세로로 세워
아래까지 내려

한 줄 지워

바닥이 보여

방금 막혔던
왼쪽이 열려

그 자리 밟고
한 칸 올라

다음은 꺾인 모양
끝에 걸려

한 번 돌려
아직 안 맞아

다시 틀어
오른쪽으로 밀어

남겨 둔 홈에
끝까지 넣어

두 줄은
아직 지우지 마

긴 막대 들어올
세로 칸 남겨

아래를 비우고
위쪽을 낮춰

쌓인 높이가
다시 달라져

아까 열렸던 길도
한 칸 좁아져

고개 들기 전에
발밑부터 다시 봐

위에서 하나

아래에서 하나

붙는 순간
자리 바뀌어

한 칸 늦으면
입구가 닫혀

멈추지 말고
닿기 전에 잡아

칼리지마

칼리지마

위에서 바로
떨어져도

칼리지마

머리 위 한 칸
남겨 둬

막히면 옆으로

쌓이면 위로

칼리지마
칼리지마

떨어진 모양
버리지 마

돌려서 붙여
밀어서 넣어

그 위를 밟고
올라가

칼리지마

끝까지 칼리지마

칼리지마

칼리지마

한쪽이 전부
막혀도

칼리지마

반대쪽 빈칸
아직 있어

긴 막대 세워

아래까지 내려

한 줄 지워
칼리지마

열린 자리
바로 잡아

머리 위 공간
끝까지 남겨

칼리지마

끝까지 칼리지마

바닥이 갑자기 올라와
아래쪽 블록이 밀려와

아까 비운 두 칸
높이가 달라져

왼쪽은 세 칸
오른쪽은 다섯 칸

낮은 쪽부터
발을 옮겨

좋은 모양
기다릴 틈 없어

지금 내려온 걸
먼저 써

네모는 끝에 두고
모서릴 남겨

지그재그는
가운데 틈에 넣어

상대가 보낸 블록
바닥을 채워

비어 있던 세로 칸
한 칸만 남아

긴 막대가
가로로 들어와

그대로 두면
마지막 칸이 닫혀

떨어지기 전에
한 번 돌려

세로로 세워
끝까지 내려

한 줄 사라져

두 칸이 열려

막혀 있던 오른쪽
다시 보여

그쪽으로 넘어
높은 칸을 밟아

다음 네모는
피할 자리 없어

내려오는 곳보다
위쪽을 먼저 잡아

모서리를 밟고
반대편으로 넘어

방금 날 막던 블록
발밑에 남겨

꺾인 모양 하나
방향이 반대야

왼쪽으론 안 들어가
오른쪽도 좁아

떨어지는 중에
방향을 돌려

옆으로 한 칸
다시 한 칸

튀어나온 부분
홈 안에 맞춰

두 줄 붙어
콤보가 열려

이번엔 바로 지워
높이를 내려

아래가 차올라

위쪽은 좁아져

맞는 모양
기다리지 마

지금 온 걸
먼저 돌려

빈칸 하나
세로로 남겨

다음 막대
들어올 길 열어

칼리지마

칼리지마

바닥이 위로
밀려와도

칼리지마

머리 위 한 칸
지켜 둬

왼쪽이 막혀

오른쪽 열려

칼리지마
칼리지마

상대가 만든
높이도 써

모서리 밟아
반대로 넘어

다음 자리
먼저 잡아

칼리지마

끝까지 칼리지마

칼리지마

칼리지마

긴 막대 바로
내려와도

칼리지마

아래까지 열린
틈을 봐

세로로 돌려

끝까지 내려

두 줄 지워
칼리지마

높이를 낮춰
공간을 열어

비어 난 자리
바로 올라가

칼리지마

끝까지 칼리지마

네모

왼쪽 끝

긴 막대

아직 두지 마

지그재그

가운데 걸려

한 번 돌려

오른쪽으로

한 칸 비어

두 칸 막혀

아래쪽부터
먼저 채워

한 줄 지워

바닥이 보여

그 위에 발
바로 올려

다음 블록
네모가 와

피하지 말고
모서리에 둬

그 모서리
한 번 밟아

위쪽 한 칸
먼저 잡아

긴 막대
이제 내려와

남겨 둔 세로 칸
끝까지 열려 있어

그대로 넣어

두 줄 지워

높이가 내려가

오른쪽 열려

그쪽으로 넘어

꺾인 블록
바로 뒤에 와

방향을 바꿔

왼쪽으로 밀어

남은 홈에 넣어

한 줄 더 지워

머리 위 공간
두 칸이 생겨

그 사이 올라

다음 네모 와

아래로 보내

다시 밟아

한 칸 더 올라

지그재그 와

한 번 틀어

튀어나온 칸
안쪽으로 넣어

바닥 한 줄
다시 사라져

막혔던 길
다시 열려

칼리지마

칼리지마

뭐가 바로
떨어져도

칼리지마

머리 위 한 칸
비워 둬

비켜서 밟아

틀어서 올라

칼리지마
칼리지마

무거운 네모
내려와도

끝에다 붙여
모서릴 남겨

그 위를 밟고
다음 칸 잡아

칼리지마

끝까지 칼리지마

칼리지마

칼리지마

바닥이 다시
올라와도

칼리지마

왼쪽이 막히면
오른쪽으로

긴 막대 돌려

아래까지 넣어

두 줄 지워
칼리지마

높이를 내려
통로를 열어

열린 틈으로
바로 넘어가

칼리지마

끝까지 칼리지마

칼리지마

칼리지마

지그재그가
걸려 와도

칼리지마

방향을 바꿔
홈 안에 넣어

두 칸 막혀도

한 칸 남겨

칼리지마
칼리지마

남은 한 칸
끝까지 지켜

다음 블록 오기 전
그 위를 잡아

칼리지마

끝까지 칼리지마

칼리지마

칼리지마

네모가 다시
떨어져도

칼리지마

밟을 자리부터
먼저 봐

돌리고

밀고

세우고

내려

한 줄 지워

다시 올라

칼리지마
칼리지마

머리 위 한 칸
남아 있어

마지막 블록도
그 아래로 보내

칼리지마

끝까지 칼리지마
05꼬치구이 푸드파이터
스무 해 전 작은 화면 속에
산처럼 쌓인 접시가 보였어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움직여
마지막 하나까지 비워냈어

그날부터 머릿속 한구석에
이상할 만큼 장면이 남았어
언젠가는 나도 저 자리에서
시계와 정면으로 겨뤄 보고 싶었어

하나 둘 셋, 손을 뻗어
뜨거운 향이 지나가면
남은 숫자만 다시 세고
오늘도 기록을 밀어내

꼬치구이 푸드파이터
더 빨리, 더 끝까지
접시가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아, 지금부터

꼬치구이 푸드파이터
어제의 나를 넘어서
남은 시간을 바라보며
한 번 더, 더 빨리 가

처음엔 그냥 많이 먹어 봤어
그것만으로 되는 줄 알았어
하지만 시간은 쉽게 줄지 않아서
손보다 먼저 머리를 바꿨어

꼬치를 잡는 위치를 바꾸고
빈 막대를 놓는 법도 고치고
작은 동작 하나까지 줄이며
내게 맞는 리듬을 찾았어

빠르기만 하면 오래 못 가고
많이만 먹어도 이길 수 없어
호흡과 속도를 같이 맞춰야
끝까지 버틸 수 있었어

어느 날은 기록이 줄고
어느 날은 다시 늘었지만
숫자가 흔들릴 때마다
다음 날 초시계를 눌렀어

꼬치구이 푸드파이터
더 빨리, 더 끝까지
접시가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아, 지금부터

꼬치구이 푸드파이터
어제의 나를 넘어서
남은 시간을 바라보며
한 번 더, 더 빨리 가

작은 방 안 탁자 위에서
수백 번 같은 동작을 했어
처음엔 길던 초침이
어느새 짧게만 느껴졌어

대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연습하던 순서를 되뇌었어
긴 테이블 앞에 섰을 때도
내 귀엔 시계만 들렸어

신호가 떨어진 바로 그 순간
손은 먼저 첫 꼬치를 잡았고
첫 접시가 비워지고 나서도
흐름은 한 번도 끊기지 않았어

앞선 누가 빨라 보여도
옆자리 접시가 먼저 줄어도
남의 속도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만든 순서를 지켰어

마지막 두 개, 그리고 하나
수없이 상상한 그 순간
손을 뻗어 끝까지 밀어 넣고
마침내 숨을 길게 뱉었어

꼬치구이 푸드파이터
더 빨리, 더 끝까지
접시가 사라질 때까지
멈추지 않아, 지금부터

꼬치구이 푸드파이터
오늘은 내가 기록을 세워
쌓여 있던 모든 접시를 비우고
내가 줄여 온 시간을 남겨

오늘의 기록을 가슴에 안고
천천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끝까지 지켜 온 나의 속도로
다음 시작을 향해 걸어가
06미로찾기 도망쳐
아홉 번째 경기는 미로 찾기
이름부터 도망쳐
한 사람이 끝을 지나가면
미로를 전부 다시 바꿔

먼저 들어간 사람의 길과
다음 사람이 만날 길은 달라
같은 미로는 두 번 없고
둘 다 처음 보는 길에서 시작해

벽을 모두 일자로 펴면
길이는 대략 열 킬로
시작부터 출구까지
한쪽 면을 계속 따라가

오른손을 벽에 짚은 채
끝까지 걸어 나간다면
거리는 대략 열두 킬로
걸리는 시간은 세 시간

두 사람의 움직임은
같은 속도로 맞춰 놓고
한쪽이 날 수 있다면
다른 쪽도 날 수 있게 맞춰

준비는 여기까지
게임은 바로 시작돼
그제야 빠진 설명 하나
왜 이름이 도망쳐인지

이미 시작했으니까
안에서 직접 알게 된대

땅 아래를 내려다보니
생명들이 아주 많이 있어
미로 벽보다 먼저 보인 건
땅속에서 움직이는 생명

나한테 나오지 않는 게 좋아
머리도 내밀지 않는 게 좋아
나한테 오라고 했더라도
그 명령을 거꾸로 해봐

다른 쪽에서는 바로
길게 비명이 들려와
왜 이쪽이 아니라
전부 저쪽으로 나오냐고

도망쳐
이래서 이름이 도망쳐
미로를 찾는 경기인데
땅속에서도 올라와

도망쳐
오른손은 벽에 그대로
다른 말은 이제 그만하고
속도를 조금 더 올려

도망쳐
한 사람 지나간 다음에는
지금 달리는 이 미로도
다시는 나오지 않아

같은 미로가 아닌데
누가 먼저 해봤다는 것도 없어
한 번 사람이 통과하면
다시 바꿔 버리는 미로

벽만 펴도 열 킬로
오른손으로 끝까지 가면 열두 킬로
그 방법으로 걸으면 세 시간
하지만 지금은 걷지 않아

오른손은 그대로 벽에 두고
처음보다 속도를 올려
땅속에서 올라올 생명들에게
여기에는 나오지 말라고 해

머리도 내밀지 말라고 해
그 말대로 이쪽은 그대로
반대쪽에서는 다시 한번
길게 비명이 들려와

도망쳐
이래서 이름이 도망쳐
미로만 빠져나가면 되는
경기가 아니었어

도망쳐
오른손은 벽에 그대로
속도를 계속 올린 채로
출구까지 이어 가

도망쳐
똑같은 길은 두 번 없어
한 번 통과한 다음에는
미로가 다시 바뀌어

한쪽에서는 생명들이
땅 위로 계속 나타나고
한쪽에서는 나오지 말란 말에
머리 하나 내밀지 않아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어
이미 출발한 뒤에야
왜 도망쳐인지 알게 됐어

오른손을 벽에 짚고
그 방법 하나만 그대로
속도를 더 높여서
미로를 계속 빠져나가

열 킬로
벽을 전부 편 길이

열두 킬로
오른손을 따라간 거리

세 시간
걸어서 끝까지 갈 시간

한 번 통과
그러면 전부 다시 바뀌어

도망쳐
땅속에 생명이 올라와
도망쳐
반대쪽에서는 또 비명이 나

도망쳐
오른손은 벽에 그대로
머리도 내밀지 말라고 하고
속도를 더 올려 가

도망쳐
지금 이 길은 한 번뿐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면
다시 다른 미로가 돼

도망쳐
이제 이유를 알겠어
도망쳐
이름 그대로 도망쳐

미로의 벽은 열 킬로
오른손 길은 열두 킬로
세 시간짜리 방법 대신
속도를 올린 채 계속 가

도망쳐
한 사람이 끝을 지나
도망쳐
결승점을 먼저 통과해

그 사람이 빠져나온 뒤
남아 있는 미로는
다음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다시 처음부터 바뀌어

한 번 지나가면
같은 미로는 없어

다음 경기가 시작되면
또 처음 보는 미로
07왕좌의 걸어
왕좌 앞에 아홉 개 인장이 놓이고
네 표는 이쪽, 다섯 표는 저쪽
말로는 절대 뒤집을 수 없어서
왕의 자리를 걸고 결투를 청했어

패자는 왕의 인장을 내려놓고
지나온 기억까지 전부 지워야 해
거절도 속임수도 허락되지 않는
신의 이름 아래 시작된 승부

칼끝이 먼저 바닥을 긁고
마지막 한 걸음이 거리를 좁혀
쓰러진 왕의 손에서
인장이 떨어진다

왕좌를 걸어, 기억까지 걸어
거짓으로 세운 역사를 끝내
늑대를 적이라 가르친 책을
오늘 여기서 전부 거둬들여

왕좌를 걸어, 이름까지 걸어
패한 자는 어제의 자신을 잃어
승자가 남긴 첫 번째 명령
잘못된 역사를 다시 쓰는 것

작은 왕은 백성을 묶어 두려고
존재하지 않던 적을 만들어 냈어
늑대의 왕을 앞세워 공포를 퍼뜨리고
그 공포는 실제 전쟁이 되어 버렸어

조종당한 왕은 심판을 받았고
그 안에서 모든 거짓이 드러났어
하지만 이야기는 이미 퍼진 뒤였고
백성은 복수를 진실이라 믿었어

왕이 바뀌어도 남아 있는
한 번 새겨진 오래된 증오
그래서 칼보다 먼저
기록을 바꾸기로 해

왕좌를 걸어, 기억까지 걸어
거짓으로 세운 역사를 끝내
늑대를 적이라 가르친 책을
오늘 여기서 전부 거둬들여

왕좌를 걸어, 이름까지 걸어
패한 자는 어제의 자신을 잃어
승자가 남긴 첫 번째 명령
잘못된 역사를 다시 쓰는 것

아홉 부족이 다시 자리에 앉아
이번엔 누구도 반대하지 않아
출처도 없는 책은 전량 폐기
새 기록은 기억을 대조해 확인해

다섯과 넷으로 갈렸던 자리
마침내 같은 결론에 도착해
밖으로 나가면 배신이라던 규칙도
더는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아

기억을 잃은 전 왕에게도
자기가 만든 전쟁을 알려 줘
처형 대신 검을 다시 쥐여 주고
이번에는 전쟁을 막는 쪽에 세워

왕좌를 걸어, 기억까지 걸어
거짓으로 세운 역사를 끝내
서로를 적이라 부르게 만든 책을
오늘 마지막 장까지 없애

왕좌를 걸어, 미래까지 걸어
지워진 기억도 기록으로 남겨
아홉 부족이 같은 문을 열고
갈라진 사람들이 다시 걸어 나가

왕좌를 걸어, 기억까지 걸어
이제 전쟁을 만드는 왕은 없어
거짓으로 시작된 오래된 역사를
사실로 다시 써 내려가
08황금의 도시 시루시아
성문을 지나 한 걸음 들어가면
검은 돌들이 길가에 놓여 있어
그냥 지나치는 눈도 있지만
누군 그 자리에서 발을 멈춰

깊은 창고 안 금괴가 층층이
용의 발밑까지 가득 쌓여 있어
뜨거운 불에 황금을 녹이면
주화가 되고 황금종이 돼

종탑 위에 걸린 커다란 황금종
거리 안쪽에 쌓여 있는 금괴
여기 사는 용들에겐 오래전부터
매일 보고 만지는 물건일 뿐이야

그런데 성문 밖을 지나던 누군
검은 돌에서 금빛을 알아봐
한 사람이 멈추고 또 한 사람이
용이 어디 사는지 묻기 시작해

검은 돌로 보이면 그냥 지나가
황금으로 보이면 다시 돌아봐
같은 길 같은 돌 같은 도시인데
보는 눈 하나로 전부 달라져

황금의 도시 시루시아
용의 불이 금을 녹여
황금주화 황금종이
오늘도 새로 만들어져

황금의 도시 시루시아
누군 검은 돌만 보고 가
누군 성벽 너머 황금을 보고
여기로 오는 길을 찾아

금을 본 사람
용을 찾는 사람
하나 둘 늘어나
성문 가까이 와

황금을 치우면 끝날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야
금을 전부 밖으로 옮겨 버리면
용들도 금을 찾아 떠나가

그럼 성문을 닫으면 될 것 같지만
그 방법 역시 쓸 수가 없어
용에게는 막히지 않은 하늘과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필요해

금은 그대로 둬야 하고
문도 완전히 닫을 수 없어
용도 여기서 살아야 하고
밖에서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

금을 두면 사람들이 찾아오고
금을 없애면 용들이 떠나가
문을 닫으면 하늘이 사라지고
문을 열면 길이 이어져

황금의 도시 시루시아
용의 불이 금을 녹여
황금갑옷 황금주화
황금종까지 만들어져

황금의 도시 시루시아
누군 검은 돌이라 말해
누군 같은 돌을 손으로 가리키며
진짜 황금이라고 말해

창고는 그대로
금괴도 그대로
종탑 위 황금종도 그대로 울려

거리는 그대로
성문도 그대로
달라진 건 밖에서 오는 발걸음

한 사람은 지도를 펴고
한 사람은 용을 묻고
한 사람은 황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성벽을 따라 걷기 시작해

금을 숨겨도 용은 알고
금을 옮기면 용이 따라가
하늘을 막을 수도 없어
바다를 접을 수도 없어

황금의 도시 시루시아
금괴는 여전히 쌓여 있어
용들은 자신의 황금을 지키며
오늘도 그 자리에서 살아

황금의 도시 시루시아
같은 도시 두 가지 모습
누군 검은 돌이 깔린 길을 보고
누군 황금이 깔린 길을 봐

황금의 도시 시루시아
금도 문도 없앨 수 없어
용에게 열린 하늘을 남겨 두고
끝없는 바다도 남겨 둬야 해

황금의 도시 시루시아
황금종이 다시 한 번 울려
성문 밖에 모인 사람들의 수는
어제보다 하나 더 늘었어

길가에 검은 돌 하나
그걸 황금이라 보는 눈 하나
09짐볼 수영
둥근 두 개가 양팔에 매달려
몸보다 먼저 좌우로 흔들려
파란 물까지 세 걸음 남아
가만히 있어도 중심이 돌아

정면으로 밀면 내가 밀리고
세게 누르면 반대로 튀어
왼쪽 공끼리 먼저 부딪혀
몸은 오른쪽으로 반 바퀴

발끝 뒤에는 파란 물결
한 뼘만 가도 바로 풍덩
눈은 웃는데 발은 바빠
서로 밀다가 같이 휘청

힘을 더 주면
더 멀리 돌아
잡으려 하면
더 크게 튀어

밀어붙이는 것보다
오는 힘을 흘려
둥근 두 개 사이에서
몸 하나만 빠져

짐볼 케이오
밀면 네 힘이 돌아와
짐볼 케이오
둥글게 나를 스쳐 가
왼쪽은 비워
오른쪽은 흘려
한쪽 발끝만 선 위에 남겨

짐볼 케이오
밀지 않아도 흔들려
짐볼 케이오
반동은 다시 돌아와
끝선 바로 앞
물결 바로 뒤
풍덩하기 전에 방향을 틀어

둥글게 돌아
옆으로 흘러
밀어낸 힘이
원을 그려 와

이번엔 공 하나 낮게 들어와
무릎 옆에서 크게 튕겨
피한 줄 알았던 바로 그쪽에
다른 공 하나 길을 막아

앞으로 가면 뒤가 열리고
뒤로 가면 물이 가까워
옆으로 한 번 몸을 접으면
공 두 개가 서로 부딪혀

바닥은 넓은데
왜 이렇게 좁아
두 팔 가득 원이 달려 있으니
세 걸음 길도 미로가 돼

한 번 밀리고
두 번 튕기고
세 번째부터
리듬을 읽어

힘으로 끝내지 않아
공이 가는 쪽을 봐
밀려오는 그 순간을
그대로 옆으로 흘려

짐볼 케이오
밀면 네 힘이 돌아와
짐볼 케이오
이번엔 박자가 비껴 가
왼쪽 한 번
오른쪽 두 번
원 하나 사이로 몸을 빼

짐볼 케이오
밀지 않아도 흔들려
짐볼 케이오
발보다 먼저 리듬이 돌아
끝선 바로 앞
물결 바로 뒤
풍덩하기 전에 반 박자 늦춰

이제는 서로 방법을 알아
정면 승부는 아무도 안 해
원 하나 먼저 크게 흔들어
반대쪽 빈틈을 만들어 내

물 위로 그림자가 길어져
발꿈치 끝이 선을 스쳐
공끼리 닿는 낮은 진동에
둘 다 동시에 중심을 낮춰

누가 더 세게 미느냐보다
누가 덜 흔들리느냐의 싸움
웃음이 먼저 터지는 쪽이
이상하게 조금 더 위험해

파란 물은 가까워지고
두 개의 원은 더 크게 돌아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데
몸 전체가 손처럼 움직여

앞도 뒤도 아닌 방향
밀지도 당기지도 않는 순간
상대가 준 힘을 빌려서
내 몸만 가볍게 옆으로

둥근 공 아래
발끝 하나
물결 위로
그림자 하나

밀려난 만큼
다시 돌아
돌아온 만큼
옆으로 흘러

짐볼 케이오
이번엔 힘을 주지 않아
짐볼 케이오
오는 방향만 바꿔 놔
왼쪽 한 번
오른쪽 반 번
큰 원 사이 작은 틈을 지나

짐볼 케이오
끝선 바로 위를 돌아
짐볼 케이오
수면을 스치고 다시 와
밀었던 힘이
그대로 돌아
내가 아니라 반대쪽을 밀어

짐볼 케이오
두 개의 원이 부딪혀
짐볼 케이오
둘 다 동시에 흔들려
한 발은 버텨
한 발은 돌아
누가 먼저 물을 만날지 몰라

짐볼 케이오
한순간 박자가 사라져
짐볼 케이오
그 다음 크게 물이 떠
둥근 두 팔
젖은 얼굴
누가 빠졌든 웃음부터 터져

물 위에 아직 원이 흔들려
끝난 뒤에도 몸은 돌아
젖은 발끝 다시 선 위에
이번엔 반대편에서 시작해
10빙산 위 바나나
빙산 위에 바나나 하나
오십 미터, 먼저 잡는 사람이 왕
신발, 장갑, 스피드
하나만 골라

첫발부터 다 같이 미끄러져
잘난 척하던 애부터 누웠어
새 신발은 밑창이 가짜
장갑은 얼음에 붙어 버렸어
난 속도 하나 믿고 뛰었는데
미친 듯 달려도 제자리야
위에서 바나나가 흔들흔들
약 올리듯 노랗게 웃고 있어

저쪽으로 크게 돌아
거긴 덜 미끄럽대
누가 먼저 알아냈든
이번엔 전부 따라가

빙산 위 바나나
미끄러져도 다시 올라
빙산 위 바나나
넘어진 애 밟지는 마
왕관도 금메달도 필요 없어
저 노란 거 하나면 끝
손 뻗어, 한 칸 더
잡았다 하면 또 미끄러져

한 칸 가고 두 칸 밀려
웃다가 또 중심을 잃어
한 번 더, 조금만 더
바나나는 아직 저기 있어

누군 배로 기고 누군 네 발
누군 신발 벗고 양말로 가
규칙에는 안 된다는 말 없어
다들 자기 방법을 만들어
정상까지 딱 세 걸음
바람 한 번에 다섯 걸음 뒤
눈 마주치자 웃음이 터져
그래도 먼저 손을 뻗어

얼음 끝을 돌아서
이번엔 길이 보여
서로 앞을 막다가도
정상 앞엔 나란히 서

빙산 위 바나나
미끄러져도 다시 올라
빙산 위 바나나
넘어진 애 밟지는 마
왕관도 금메달도 필요 없어
저 노란 거 하나면 끝
손 뻗어, 한 칸 더
잡았다 하면 또 미끄러져

정상까지 한 발 남아
발끝은 자꾸 아래로 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부 동시에 손을 뻗어

빙산 위 바나나
누가 먹든 오늘은 전쟁
빙산 위 바나나
꼭대기에서 이름을 외쳐
마지막 한 발
마지막 한 손
얼음 끝에서 바나나 낚아채
드디어 잡았다

빙산 위 바나나
다 같이 웃다가 내려다봐
빙산 위 바나나
올라올 땐 몰랐던 문제
바나나는 손에 있는데
이제 아무도 말을 못 해
올라오는 길만 생각했지
내려가는 길은 어디야

노란 바나나 손에 들고
빙산 꼭대기에 서 있어

노란 바나나 손에 들고
빙산 꼭대기에 서 있어